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습니다. 집, 회사, 집, 회사, 실내로만 이동을 할 땐 마음이 급해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체력이 떨어진 걸 느끼고 운동을 시작했고, 2년 전부턴 산책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계절은 벚꽃이 눈처럼 휘날리던 이른 봄이었습니다.

 

메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면 산의 색이 연둣빛으로 조금씩 조금씩 달라집니다.
비가 한 번 올 때마다 녹색 붓이 한 번 지나간 것처럼 색이 조금씩 진해집니다.
봄엔 들판에 식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꽃을 피워올립니다.
매화를 시작으로 살구 꽃, 벚꽃, 목련, 진달래, 철쭉이 산과 들에 톡톡 피어나면 공기에서도 꽃향기가 풍깁니다.
꽃들이 떨어지고 나면 나무에 초록 잎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해요.
먹을 것이 많아지면 벌레가 생기고, 새들도 통통하게 살이 오릅니다.

새벽녘 새들이 먹을거리를 찾으며 서로서로 소식을 나누며 지저귈 때
그 사이를 달리면 생명의 에너지가 마음속으로, 몸속으로 스며 들어요.
여름은 빛이 뜨거워 달리기 어렵지만 동트기 전 새벽을 노리면 고요한 산책로를 내 것인 양 즐길 수 있습니다.
그게 참 좋았어요.
나무 덕분에, 새 덕분에 달리며 세 번째 여름을 보냈습니다.

 

가을이 오면 그 잎은 노랗게, 빨갛게,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긴 겨울을 나기 위한 본능적인 움직임입니다.
나무는 여름에 무성해진 잎에 모두 충분하게 영양소를 전달할 수 없다는 걸 압니다.
가을이 오면 나무는 떨 겨에서 잎을 분리합니다. 그걸 우리는 낙엽이라고 부릅니다.
낙엽은 여름의 가득한 에너지가 사라지는 상실로 느껴졌습니다.
노란 잎이 하나 둘 보일 때마다,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 면적이 넓어질 때마다 서글퍼 달리기가 싫어질 지경이었습니다.

어느 날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왕벚나무를 꼭 안아주다 작은 꽃봉오리를 발견했습니다.
손톱 끝만큼 작았지만 분명히 꽃봉오리였습니다.
왕벚나무는 생명이 메마른 게 아니라, 가을부터 다음 해 봄을 준비했습니다.
비가 올 때마다, 눈이 올 때마다 꽃봉오리는 한 켜씩 자랐습니다.
내년 봄에 피울 꽃을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가을이 슬프지 않았습니다.
상실의 서글픔이 아니라 기다리는 설렘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부턴 가을의 단풍이 꽃처럼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실내에서도 가을의 오색찬란함을 느낄 수 있는 실내식물을 찾아보았습니다.

 

안스리움 Anthurium

안스리움은 콜롬비아가 원산지인 공기정화식물로, 포름알데히드, 자일렌, 암모니아 제거에 효과적입니다.
도깨비방망이 같은 부분이 안스리움의 꽃이고, 분홍색, 빨간색, 흰색 등 크고 화려한 불염포를 보여 줍니다.
조건이 맞으면 실내에서 일 년 내내 꽃을 피웁니다.
안스리움은 절화로 꽃꽂이 소재로 활용됩니다. 꽃꽂이의 센터를 차지하는 화려함을 매일매일 만나보세요.

 

키우는 법 : 직사광이 닿지 않는 밝은 곳에서, 21~25도에서 가장 잘 자랍니다.
자주 분무해 잎을 촉촉하게 관리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크루톤 Croton

크루톤은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인도 남부가 원산지인 공기정화식물로, 병해충에 강한 장점이 있습니다.
새로 나오는 어린잎은 녹색으로, 자랄수록 빨강, 노랑, 주황 등 화려한 색으로 바뀝니다.
빛이 충분하지 않으면 색이 흐려집니다. 잎을 촉촉하게 해 줄 때 좋아합니다.
은행의 노란 단풍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크루톤을 키워보세요.

 

키우는 법 : 직사광을 좋아하고, 25도 정도의 따뜻한 곳을 좋아합니다. 자주 분무해 잎을 촉촉하게 관리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렉스 베고니아 REX begonia

렉스 베고니아는 자주색 잎, 연두색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은 식물입니다.
잘 자라는 편이고, 다른 식물처럼 줄기나 가지 끝으로 번식시킬 수 있지만, 잎으로도 개체 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잎을 뗀 다음 잎맥을 따라 자른 서너 조각으로 나누고, 그 조각을 흙에 심어주면 한 달 후쯤 잎끝에서 어린 베고니아가 자라납니다.
생명의 신비로움을 경험할 수 있어요.

키우는 법 : 간접광을 좋아하고, 직사광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20도 정도의 따뜻한 곳을 좋아하고, 높은 습도를 좋아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규칙적으로 물을 주고, 겨울철엔 물 주기를 줄이고 분무를 자주 해 주세요.

 

핑크 싱고니움 : Pink Syngonium

핑크 싱고니움은 실내에서 핑크색을 볼 수 있는 고마운 식물입니다.
멕시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가 원산지로, 기어올라가는 덩굴 식물입니다. 습도가 높아야 잘 자랍니다.
여러 가지 품종의 싱고니움을 함께 키워도 좋습니다.
애로우 품종은 잎이 크고 초록색이고, 픽시 품종은 풀색에 황녹색 엽맥이 있습니다.
화이트 버터플라이는 황록색 잎에 진녹색 엽맥이 있습니다.

 

키우는 법 : 그늘이나 간접광을 좋아하고, 직사광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16도에서 24도 정도의 시원한 곳을 좋아하고, 높은 습도를 좋아합니다.

※ 글, 사진 제공: 초록생활_정재경 대표